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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대박이대바기에게/대바기 이야기 2016. 2. 11. 01:25반응형
설날을 맞이하여 대박이와 함께 집으로! 이제는 차도 아무 문제없이 잘 타는 대박이다. 중간에 커피를 사러 정차했을땐 운전도 했다. 핸들을 잡는 자세가 제법 그럴싸하다. 이동 중에는 뒷자리에 자리했는데 밖을 보는 모습이 늠름하다.
가는 중 교통방송 라디오에 대박이와 함께가고 있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읽어주어서 신기하고 재밌었다. 라디오에 문자가 당첨된건 처음이어서(두번째로 보낸거였는데 첫번째는 지난 추석, 집에 가는 길에 보냈었다.) 더 신나는 기분이었다. 대박이 라디오 데뷔!
출발 전날 산책 때 대박이가 유일하게 잘 노는 콩이를 만나서 씨원하게 달리고 당일도 짧지만 산책을 해서 가는 길 동안 멀미하지 않고 잘 갔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렸을 때 걷게하니 배변을 해결해서 차안에는 무사고로 집에 도착했다.
처음 고향집에 갔을 땐 이불에 쉬를 보는 실수도 했지만 이번에는 배변판에 볼일을 봤다. 더이상 실수없는 대박이다. 기특하다!
이번에 놀란 건 대박이가 오빠를 정말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박이의 주 양육자는 '나'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있고, 산책 시키고, 밥을 주고, 병원도 데리고 다니는 등 대박이 관련 90퍼센트 이상을 내가 하고 있다. 그!런!데! 고향집에서 오빠가 보이지 않으면 대박이는 엄청엄청 불안해했다. 문 앞에서 낑낑거리며 기다리길 계속했다. 내가 불러서 나와 있다가도 다시 문 앞엘 가길 반복했다. 내가 방안으로 들어가니 방문 밖에 앉아 현관을 계속 바라보았다. 서운한건 내가 없고 오빠와 있으면 불안해하지 않았다! 럴수럴수이럴수가!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인가보다. 흰머리 짐승도 소용없다!
처음 대박이를 분양받아 데려오고, 초반에 함께자고 돌본건 오빠였는데 그때 기억이 엄청 뇌리에 박혔나보다. 이래서 한 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란 말이 있나보다. 오빠는 대박이한테 정말 잘해야 한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친척들도 대박이의 오빠밖에 모르는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고, 개를 키우는 이유를 알거같다고 하셨다. 동시에 내가 대박이를 구박하는거 아니냐고 하셨다.
오빠와 따로 살때 대박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혼자 고민해왔는데 대박이는 오빠랑 사는게 행복한단걸 이번 설날을 기점으로 확실해졌다.
하루 20시간을 자던 대박이가 설날에는 낯선 곳에서 집 지키느라 6시간도 자지 못했다. 피곤한지 올라오는 길 차 안에서 숨도 안 쉬고 자서 순간 죽었나 코에 손을 대봤다. 대박이가 너무 예민해진거 같아서 걱정이다. 동시에 대박이 거취에 관한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속상하다. 말을 알아들어서 예민해진건가 싶기도 하다. 대박이가 오빠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함께 할 거라고 오빠를 믿는다!
다음 추석때는 한복을 입혀서 인기만점이 되도록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