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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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에 편지를 쓰는 밤너에게/새벽 2022. 1. 3. 23:17
오랜만에 갔던 미술관에서 마음에 들었던 흰 벽. 두 달이 지난 오늘 문득 백석의 시가 생각나서 함께 한 친구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썼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는 문구를 내게 적어준 교수님이 있었는데 그 교수님 얘기를 함께 나누었었고, 마음에 드는 장소를 함께 가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마음을 나누며 긴 시간을 함께 해온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추억을 나눌 수 있다는게 그 추억이 계속해서 더해져간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러니 더 잘 하자! 있을 때 잘 하자! 2022년, ‘빛이 머무는 자리’이 우리가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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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아너에게/새벽 2020. 1. 26. 23:46
새해 복 많이 받아! 즐거운 명절 보냈니? 한 해 한 해 더해갈수록 명절느낌이 사라지고 있는 우리 집이야. 나도 크고, 사회도 변화고. 우리들이 큰 자리에 조카들이 엄청 생겼어. 둘씩 세팀이 모이니 왁자지껄. 설 당일 아침은 예전 느낌이 나더라. 다서살이 된 조카는 세배도 제법 의젓하게 잘 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도 잘 말해서 새삼 훌쩍 컸구나 느껴졌어. 호크와 에이스 카봇 중 내가 에이스를 맡았는데 무한체력 조카! 새벽 3시 반 출발로 나는 놀아주다 스르르 잠들고 말았어! 조카가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볼 뽀뽀를 쪽! 백설공주도, 잠자는 숲 속의 공주도 이래서 눈이 번쩍 떠졌나봐. 너무 사랑스러워서. 두 살 아가는 배밀이로 기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기절! 자꾸 멀리 놓고 기게 만들고야 말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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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축하해.너에게/새벽 2019. 9. 22. 23:09
생일 축하해. 너의 생일에 편지를 쓰지 않은지 얼마나 됐는지 가물가물 하다. 너의 생일 뿐만이 아니라 편지를 쓰지 않은지 몇 년이 됐어. 하루 몇장씩 써재끼던 나였는데 말야. 한 번 쓰지 않으니 정말 아무것도 써지지 않더라. 펜을 들고 한 줄을 넘기기가 어렵더라. 네게 필요한 건, 선물도 아니고 식사도 아니고 편지인걸, 편지에 담긴 마음인 걸 알고 있는데도 참 써지지가 않더라. 나를 표현하기, 내 마음을 전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 해. 선물을 사는게, 밥을 사는게 더 편해졌어. 그 중 밥이 더 낫더라. 계속 남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길 바라나봐. 어제 집엘 다녀왔어. 시간을 보내다 앨범이 기억나 앨범을 찾는데, 앨범 아래 편지들을 담아둔 에코백이 있었어. 편지를 열어 살펴보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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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정리를 했어.너에게/새벽 2019. 9. 22. 22:58
너에게. 날씨가 쌀쌀해졌어. 추석이 지나니 정말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 옷을 꺼내고 여름 옷을 정리했어. 대충 정리를 마치고 오랜만에 라디오를 틀고, 컴퓨터를 키고 편지를 써. 편지도 참 오랜만이다. 잘 지내고 있니. 얼굴 본 지도, 목소리를 들은지도 오래됐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은 잘 지내고 있는 너가 있어. 사는 이야기도, 시 이야기도, 책 이야기도, 영화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가까운 거리에도 만나기가 참 어렵다. 밥 잘 챙겨먹고, 건강 잘 챙기고. 밝게 웃으며 살길 바라. 안녕. 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