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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
너의 생일에 편지를 쓰지 않은지 얼마나 됐는지 가물가물 하다.
너의 생일 뿐만이 아니라 편지를 쓰지 않은지 몇 년이 됐어.
하루 몇장씩 써재끼던 나였는데 말야.
한 번 쓰지 않으니 정말 아무것도 써지지 않더라.
펜을 들고 한 줄을 넘기기가 어렵더라.
네게 필요한 건,
선물도 아니고 식사도 아니고 편지인걸, 편지에 담긴 마음인 걸 알고 있는데도
참 써지지가 않더라.
나를 표현하기, 내 마음을 전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 해.
선물을 사는게, 밥을 사는게 더 편해졌어.
그 중 밥이 더 낫더라.
계속 남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길 바라나봐.
어제 집엘 다녀왔어.
시간을 보내다 앨범이 기억나 앨범을 찾는데,
앨범 아래 편지들을 담아둔 에코백이 있었어.
편지를 열어 살펴보진 않았지만
조금 낯 뜨겁기도 하고, 마음이 뭉글뭉글 따땃해직도 했어.
이제야 편지를 써.
언젠가 너에게 닿을 편지를.
생일 축하해.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이상했던 나의 순간들도 덮어주고,
내게 언제나 새 세상을 열어주고,
꾸밈없는 날 그대로 바라봐주며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시간이 우리를 더 공고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기분이야.
나중을 확신할 수 없지만,
나중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예전의 나와 현재의 내가 갖는 그 순간들의 감정은 솔직하고 영원한 거니까.
금요일 만나서 겨울여행 이야길 하자.
안녕.
늦은 밤
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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